“누가 뭐라 가르치더라도 듣지 말고 그 자세는 그대로 계속 타세요”
나는 몇몇 초보 서퍼에게 위처럼 말한 적이 있다. 내가 보기에 그 사람들은 본인만의 특별한 스타일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축복을 받은 채 서핑을 시작했다. 바른 자세를 만들기 위해 주변 선배 서퍼들이 그 사람의 유니크한 스타일을 망가트릴 것을 우려해 나는 저렇게 말해주곤 한다.
서핑에서 스타일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서핑 롱보드는 아름답고 우아하고 섹시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김강사(내생각 ㅋㅋ)
바른 자세로 서핑을 하면 기술이 더 잘되고 더 안전하게 서핑을 할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모든 프로 서퍼들이 똑같은 자세가 아니듯 알려진 ‘바른 자세’라는 정형화된 자세로 서핑을 해야만 옳은 것만은 아니다.
잘 타고 못 탄다의 기준을 알아보자
나는 서핑을 가르칠 때, 기본적인 원리와 움직이는 방법만을 알려주고 일단 파도를 많이 타보도록 가만히 지켜본다. 즉, 나의 회원이 파도를 탈 때 ‘사이드 턴을 할 거야’ 또는 ‘워킹을 성공할 거야!’라는 의도를 가지고 타도록 하고 그것에 성공했는지를 본다.
잘 타고 못 타고를 판단하기 위해 아래의 예를 한번 보자.
예1 (자세): ‘컷백’을 하는데, 기본적인 턴의 동작처럼 안 되고 엉덩이가 뒤로 빠지고 시선도 제대로 못했다고 치자. 그렇게 타는데도 다음 기술까지 문제없이 부드럽게 연결하며 서핑을 계속 한다면 이 서퍼는 잘못된 라이딩을 하는걸까?
예2 (경력):
- 서핑 1개월 차의 서퍼가 파도 잡는 것을 목표(의도)하고 서핑하며 파도를 많이 잡아 탔다.
- 서핑 10년 차의 서퍼가 파도 위에서 여러 가지 기술을 구사하는 것을 목표(의도)하고 파도를 온전히 모두 즐겼다.
- 서로를 비교하지 않는다면 위 두 서퍼 모두 명백하게 잘 탄다.
위 두 가지 예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의도‘다. 서퍼가 라이딩을 할 때 본인의 의도대로 탔다면 그것은 잘 탄 것이라 할 수 있다.
한 서퍼가 자세로 인해 의도한 라이딩에 실패했다면 그 자세를 고쳐야 한다. 하지만 그 서퍼의 의도대로 라이딩을 잘 마무리했다면, 강사로서 자세를 문제 삼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즉, 잘 타고 못 탄다의 기준은 당사자가 본인의 ‘의도에 맞게 파도를 탔는가‘로 봐야 한다.
(물론, 점수를 매겨야 하는 서핑 ‘시합’ 에서는 ‘파도에 맞게 최대한으로 탔는가?’ 정도로 기준이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회원들에게 연습해야 할 기술을 알려주고 난 뒤에는 그 외에 자세가 조금 이상하더라도 웬만한 건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바른 자세여야만 파도를 온전히 잘 탈 수 있다고 한다면 ‘노즈라이딩’ 같은 멋을 위해 하는 기술은 비효율적이라 말해야 하며, 레이백 같은 빠질 뻔한 상황을 버텨내는 것은 박수받는 게 아니라 몸개그 취급을 받아야 한다.
(스포츠도 오랜시간 생각하다보면 심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