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5년 전 발리의 꾸따해변에서 처음 서핑 강습을 받았던 그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서핑을 해보기 위해 무작정 인도네시아 발리행 비행기를 탔고, 공항에 내리자 마자 택시를 타고 가장 가까운 서핑할 수 있는 바다로 가달라고 했다. 그 바다는 꾸따 해변이였고, 그 근처에 숙소를 정한 뒤 해변으로 나갔다.
나는 해변에 즐비한 서핑 노점? 중 한곳에서 서핑을 배우기 시작했다. 해변에서 간단히 패들하는 방법과 테이크오프 하는 방법을 배우고, 물에 들어가서 보드를 잡고있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는 서핑보드위에 업드려서 아저씨가 파도에 맞춰 밀어주며 “업!” 이라는 소리만 듣고 테이크오프를 하며 파도를 타보게 되었다.
이후 나는 며칠간 발리에 더 머무르며 매일 하루에 두번씩 바다에 서핑보드를 가지고 들어갔다. 하지만 나는 이후 며칠간 단 한번도 스스로 파도를 타는 것에 성공해본 적 없이 실패에 대한 좌절감과 엄청난 근육통, 피로감으로 방안에 쓰러져 잠들기만 했다.
내가 발리에서 처음 받은 강습은 ‘레슨’ 이라는 말은 있었지만 당연히 ‘체험서핑’이였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서핑샵에서 진행하는 기초강습이, 발리의 해변에서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서핑노점? 에서 진행하는 레슨과 차이가 있을까? 나는 서핑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기술을 연마하는 방법이나 제대로 된 자세를 코치받지 못한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기초강습?
모든 운동에서 기초교육이라 함은 말 그대로 각 운동의 기본 동작과 기술, 안전수칙, 기초 등을 배우는 과정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기본기’ 라고 부르며, 기본기는 꾸준한 ‘연마’가 필요하다. 당연히 기초강습에서는 기본기의 연마 방법을 알려줘야한다.
체험강습??(재미위주)
현재, 국내의 많은 서핑샵에서는 기초강습을 빙자한 체험강습을 진행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기초 체험강습? 이랄까..? 서핑 동작과 안전수칙등 기초과정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알려주긴 하는데, 그 교육의 초점이 재미에 너무 많이 맞춰져 있다보니 수강생들이 서핑보드 위에 일어설수 있게 그저 밀어주는 식의 강습을 진행한다.
진짜 서핑강사들은 이런 강습을 진행하는 사람들을 강사라 칭하지 않고 ‘푸쉬맨’ 이라 부른다. 푸쉬맨은 물속에서 밀어줄 수 있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실제로, 본인을 밀어준 강사가 처음하는 본인보다 서핑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진짜다.)
서핑 기초강습 수강생들의 목표는 대부분 일어서는 것에 성공하는 것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핑의 가장 기초는 스스로 파도를 타는 것이다. 기본기가 완성되지 않으면 혼자만의 힘으로 파도다운 파도를 타는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힘이든다. 때문에, 수강생이 보드위에 서는 것 만을 위해 강습을 진행하는 것은 그저 재미만을 위한 서핑체험에 불과하다. 그리고, 단순히 일어서기만 하는게 아니라 바른 자세로 서 있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데, 밀어주기만 하는 강습에서는 이런 자세를 하나하나 고쳐줄 시간이 없다.
파도는 우리에게 맞춰주지 않는다
우리가 파도에 맞춰서 스스로의 힘으로 파도를 탈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기 연습, 일반인의 평균 체력 수준을 고려하여 서핑 수강생의 체력이 다하기 전에 기본기 자세와 훈련 방법을 알려줘야 하는 것이 서핑 기초강습이다. 가장 효율적인 패들 자세, 보드를 가누는 방법, 그리고 단 한번을 일어서더라도 바른 자세로 수행하도록 만들어줘야 다음 단계로 실력을 키워 나갈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첫날부터 완벽할수는 없다. 때문에 연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서핑샵 선택 요령?
전문적으로 서핑을 잘 가르쳐주는 서핑스쿨에서는 기초강습을 진행할 때 회원들의 ‘재미’에 초점을 두고있지 않다. 서핑은 매우 힘든 운동이기에 체력단련과 거리가 먼 사람들은 어짜피 서핑을 못한다. 체험강습은 체력적으로 힘든 서핑의 현실을 숨기고, 단 몇번 이라도 사람들이 더 ‘놀러오도록’ 하는 강습이다.
그래도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체험강습’과 ‘기초강습’의 장 단점이 분명히 있으므로 본인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 서핑을 시작하려는 당신이 원하는것이 당장의 재미가 중요하다면 푸쉬맨의 체험강습을 수강해도 좋다.(단, 위험한 바다상황이라면 안전은 보장 할 수 없다.) 분명 체력적으로 덜 힘들고 강습시간 내에는 더 재미있을 것이다.
- 본인의 운동 능력이 뛰어난 편이라 강사의 도움이 덜 하더라도 혼자서 잘 할 수 있다면, 효율적인 실력향상 없이도 괜찮다면 서핑샵의 시설과 분위기만을 보고 가면 된다. 실제로 대부분의 잘타는 서퍼들은 강사의 도움보다는 본인의 능력이 좋아서 그 정도의 실력을 만들어 낸 경우가 많다.
- 하지만 서핑이라는 스포츠를 한번을 하더라도 정석대로 배워보겠다는 생각이라면 제대로 된 기초강습을 진행하는 서핑샵을 찾아가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잘 배우는것은 남들이 2년 걸릴 과정을 1년만에 끝내게 만들 수 있다.
여기서 내가 진짜 안타까운것은, 서핑할 줄 모르는 사람을 여름 알바로 고용해서 서핑보드를 밀어주는 방법만 알려주고는 ‘서핑 강사’라고 부르며 강습을 진행하는 곳도 본인들의 강습이 최고라고 홍보한다. 심지어는 강사 경력을 속이는 경우도 엄청나게 많다. 내가 아는 한, 국내에서 정말 제대로된 기초강습을 진행하는 서핑스쿨은 각 지역마다 몇개 없다. 오래된 진짜 강사들이 기초강습을 홍보해도 더 많은 수의 체험강습들의 홍보가 있기에 사람들은 진짜를 구별해 낼 수가 없다.
(국내에서 서핑 강사 자격증이 있다고 홍보하는 ‘그 자격증’들은 우리 회원 1년차 정도 분들이 가면 다 딸수 있는 돈내고 교육받고 따는.. 그런거다… 없는것 보다야 낫겠지만.. 내 주변에 국내 서핑역사 처음부터 서핑교육을 만들어온 찐 강사들은 그런 자격증 안딴다.)
나는 이러한 현실에 분노를 느끼며.. 이글을 마친다.